새로운 일상

ⓒ Jan Kopřiva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중 마스크를 쓰지 않은 건 우리 애들뿐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안 챙긴다. 나도 몇 주 전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다 며칠 마른 기침이 나올 때만 다시 착용했다. 어떤 이들에겐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럴 때면 괜히 ‘나 이과 나온 여자야’라는 쓸데없는 드립도 친다, 나 자신에게…

그런데 오늘 아침 동네 약국을 지나다 ‘면마스크’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 남은 마스크가 있긴하다만, 불현듯 ‘사태가 장기화 국면이라고 하니 차라리 면마스크를 좀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곁눈질한 면마스크의 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포기했다(나는야 우리집에서 최고로 게으른 소비자).

약 1시간 전, 안내 문자가 왔다. 휘리릭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 추가 확진자가 2명 나왔단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1명은 구로구 콜센터 직원이다. 매일 내가 오가는 철길 위에 함께 앉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반 불안반이었는데, 예상은 빗나가질 않았다. 다시 면마스크를 알아봐야 할까? 가뜩이나 상황이 길어지고 있어 이제라도 재택을 해야하나, 그냥 지금처럼 할까 고민인데… 또 마음이 복잡하다.

언제쯤 우리는 낯선 이의 기침에, 그 손끝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차라리 코로나19가 빨리 토착화됐음 좋겠다는 무식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팀에서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던데(http://omn.kr/1mymf). 사실 무슨 뜻인지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천지가 개벽할까. 이 전염병은 사회의 약한 존재들을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밀어내고 있다. 나부터도 ‘나중에’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 세 단어 뒤에 얼마나 많은 폐허들이 쌓여가고 있을까. 그 잔재조차 남루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으리라. 나부터도.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냐는 질문을 제법 스스로에게 던져왔다고 여겼는데 이런 날들에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저 가족의 안위면 족하다는 생각에 ‘그래서 마스크는 어쩌지’란 질문만 남는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아직 우리에게 오지 않은 ‘새로운 일상’은 정말 달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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