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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너의 냄새

2016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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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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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만 해도 딸의 머리숱에 코를 대면 물씬 젖 냄새가 올라왔다. 달달하고 고소한 기분 좋은 비린내. 하지만 오늘밤, 잠든 아이에게선 딸기 냄새가 난다. 입가에 묻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먹던 동결건조딸기의 달달한 향이 강하다. 아니 그만큼 젖 냄새가 약하다.

벌써 단유 4일째다. 계획보다 열흘이나 일찍, 엉겁결에 시작한 일이다. 예상대로 아이는 많이 보챘다. 하루에 한 번 젖을 물던 중이긴 했지만, 일과의 화룡정점이 사라지니 역시 힘들어한다. 전날엔 유독 오랫동안, 크게 울어서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깟 젖이 뭐기에…’란 생각에 다시 물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미 나는 단유 3일차를 축하하며 금주의 봉인을 해제한 터. 돌이킬 수는 없었다. 울먹이며 잠든 아이 곁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해줄 수 없는 일 때문에 가슴 졸이는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지만, 약간의 거리 덕분에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평소처럼 아이를 재웠다. 희미한 수면등 불빛에 익숙해져야만 움직일 수 있는 방에서 딸은 평소처럼 열심히 놀았다. 빨랫대를 만지작거리다 데구르르, 장난감바구니를 뒤척이다 데구르르, 우유 한 모금 먹고 데구르르. 평소처럼 약간 칭얼대며 크게 하품을 하고 난 뒤 잠든 아이를 보며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다행이다. 오늘은 많이 울지 않아서.’

7개월 전만 해도 모유수유는 내게 노동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고, 서로 교감하는 일이 조금씩 늘어가면서 모유수유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점점 수유횟수가 줄어갈수록 딸은 ‘쭈쭈’가 무엇인지 알고 반응했다. 굶주림을 피하려는 본능만으로 가슴팍에 파고들던 시절과는 달랐다. 저녁을 먹고 목욕을 마친 뒤 조금씩 눈꺼풀이 감기려고 할 때, 아이는 수유쿠션 버클을 채우는 내게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쭈쭈 없어”라는 장난에 분노의 고함을 쏟아내다가 수유쿠션 버클을 채우자 활짝 웃으며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겨우 며칠 전 일인데, 아득하다. 그립다.

이렇게 복직 준비가 시작됐다. 워킹맘의 길로 조금씩 발을 뗀다. 내가 나의 길을 걸어가는 만큼 아이도 자신의 길에 올라선다. 우리가 서로를 누구보다도 든든하게, 끝까지 응원하기를.

우리 모두 파이팅!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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