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는 관계들, 커져가는 구멍들 속에서 어떻게든 버티어보려고 허우적대는 시기다.

나아질까 잘 모르겠다.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다. 그냥 지나가길, 견디어내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울면서 멈췄다가 때론 물러서기도 하다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라인홀트 메스너는 유럽 알피니즘의 거장이다. 그는 히말라야에 몸을 갈아서 없는 길을 헤치고 나갔다. 그는 늘 혼자서 갔다. 낭가파르바트의 8천m 연봉들을 그는 대원없이 혼자서 넘어왔다. 홀로 떠나기 전날 밤, 그는 호텔방에서 장비를 점검하면서 울었다. 그는 무서워서 울었다. 그의 두려움은 추락이나 실종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짊어져야 하는 외로움이었다. 그 외로움에 슬픔이 섞여있는 한 그는 산 속 어디에선가 죽을 것이었다.

길은 어디에도 없다. 앞쪽으로는 진로가 없고 뒤쪽으로는 퇴로가 없다. 길은 다만 밀고 나가는 그 순간에만 있을 뿐이다. 그가 산으로 가는 단독자의 내면을 완성한다. 그는 외로움에서 슬픔을 제거한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외로움의 크고 어두운 산맥을 키워나가는 힘으로 히말라야를 혼자서 넘어가고 낭가파르바트 북벽의 일몰을 혼자서 바라본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만 나아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 때는 울면서 철수했다.”

– 김훈, <자전거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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