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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2018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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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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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얼굴.’

며칠 전 거리에서 “아가씨”라 불린 뒤 느낀 두근거림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티끌만한 어둠도 허락하지 않으며 반짝이는 미용실 거울 속 나는 영락없는 30대였다.

나이듦을 싫어하진 않는다. 돌이켜보면 가장 불안하고 우울할 때, 나는 간절히 ‘OO 즈음’을 기도했다. 스무살이 되면, 서른살이 되면 어쩐지 마음 속 회오리에 흔들리지 않고, 지치지 않고, 울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의 나는 싫고 저기의 나를 갈망하며 버텼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후 나는 지금의 나를 좀더 좋아하게 됐다. 20대에서 30대로 앞자리 수가 바뀌고 눈가의 주름이 깊어지는 나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어졌다. 그래도 아주 가끔은, 화장이 연하고 나름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 TV 속 또래들과 나를 비교하며 ‘저 사람은 스물 몇 살이라면서 나보다 늙어보이네!’란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다. 딱히 맞장구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날 거울 속 나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30대의 얼굴이었다. 30대, 몇 살이라는 나이에 어색하게 답하는 서른 몇이라는 단어는 이런저런 숙제를 안겨준다. 어느덧 아이가 둘이고, 회사에서는 후배들이 주렁주렁 있다. 안팎으로 무언가를 해내야 하고 또 채워야만 하는 위치에 점점 다가가는 중이다.  더이상은 남탓만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내 새끼들 앞가림 내가 해야 하고, 회사의 현재 상황이 어떻다면 나도 그에 n분의 1만큼 책임을 느껴야하는. 결국 삶이란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짊어져야 할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었다. 그 무게만큼이나 삶의 흔적이란 내 얼굴에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낭만을 좇던 사춘기소녀는, 영혼의 바닥에서 헤엄치던 스무살청년은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다만 꿈만 꾸고 있었다.

그러니 커피 한 잔을 마시다가도,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도 뜬금없이 한숨을 내쉬며 ‘나 어쩌지…’ 하게 된다. 낭만은 옅고 일상의 색은 짙어진 날들,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는 만큼 겁쟁이가 된다는 그런 평범하고 비겁한 고백이다. 30대의 얼굴. 거울 속에서 목격한 내 얼굴에는 이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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