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보다는

삼성 뇌물사건 유무죄는 어디서 갈릴까

2017년 4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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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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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정리] 법정 간 ‘박근혜 게이트’ 특검의 방패, 변호인의 창

▲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 차량을 타고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막이 올랐다. 남은 것은 진짜 승부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 삼성 뇌물사건의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최순실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열렸고, 아직 피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곧 피고인이 된다. 파면당한 대통령과 그의 측근, 재계 1위 대기업 총수의 잘못된 만남,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이 이 사건 입증에 성공하면 세 사람은 막중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쉬운 싸움은 아니다. 재판부의 합리적 의심을 없앨 만큼 입증에 성공하지 못하면, 특검의 성과는 미완으로 남는다. 변호인단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아직 앞뒤가 매끄럽지 않은 장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재판부를 설득시켜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건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이 다투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박근혜·최순실] 그들은 어떻게 공모했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을 부인했다. 그가 유독 역정을 낸 일도 있다. 자신과 최씨의 ‘경제공동체’설이다. 박 전 대통령은 1월 25일 유튜브채널 ‘정규재TV’인터뷰에서 이 표현을 두고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었다”며 “그게 이상하니까 특검이 철회했을 정도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씨도 발끈했다. 그는 4일 1차 공판에서 “검사가 1997년부터 진행된 일(삼성동 자택 계약 체결, 의상제작, 비선 진료 등)을 대며 대통령과 거의 한 몸이라 했다”며 “부부 사이도 한 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형법상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접 금품을 받거나 제3자가 받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이 사건처럼 민간인이 공무원 대신 돈을 받아도 단순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민간인이 받은 돈=공무원이 받은 돈’으로 볼 근거가 필요하다. 두 사람의 관계다.

▲ 박영수 특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종 수사결과 발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별검사가 3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정석 부대변인, 윤석열 수사팀장, 이규철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 특검) ⓒ 유성호

경제공동체설은 이 대목을 다소 쉽게 설명해준다. 나중에 제3자 뇌물죄로 법원 판단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들 회사로 STX 후원금을 받은 정옥근 전 해군총장 사건에선 이 논리가 받아들여져 ‘아들이 받은 돈=정옥근 전 총장이 받은 뇌물’이 성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공동체여야만 뇌물죄가 성립하진 않는다. 핵심은 두 사람의 공모 여부다. 2014년 대법원은 협력업체 대표 A씨가 공무원으로 간주되는 한국수력원자력 간부 B씨 대신 현대중공업과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 돈을 받은 사건을 뇌물죄로 봤다. B씨가 계약 체결과정을 주도하고, 현대중공업이 부적격업체임을 알면서도 A씨 업체에 웃돈을 얹어 용역을 준 점 등이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정한 근거였다.

특검은 앞으로 반드시 이 부분을 입증해야 한다. 두 사람이 얼마나 받기로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암묵적이든 아니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떻게 합의했느냐가 관건이다.

[이재용] ‘관리의 삼성’ 최순실 정말 몰랐을까

“단순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7일 1차 공판 때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 송우철 변호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8월 말에야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으로부터 그동안의 경과를 듣고 최씨 모녀를 알게 됐다”는 이유였다.

뇌물사건의 또 다른 공범,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최씨 딸 정유라 선수 승마훈련 지원 명목으로 78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2014년 9월 15일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세 차례에 걸친 박 전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단독면담에서 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이 공소사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몰랐다’ 카드를 꺼냈다. 이 부회장이 2016년 8월 말까지 최씨 존재를 몰랐다면 뇌물죄는 성립하기 어렵다.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가성 없는 뇌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바라는 것이 없었다면 삼성의 승마훈련지원비는 그들 말대로 ‘사회공헌활동’이다. 자연스레 뇌물죄라는 집은 와르르 무너진다.

그런데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의 특검 진술 내용 일부는 변호인단 주장과 온도 차가 있다. 그는 “2015년 7월 23일 이 부회장이 ‘대통령이 말한 올림픽 준비가 더 중요하지 않냐’며 언짢아했다”고 증언했다.

그해 7월 22일 박 사장은 ‘내일 승마협회 올림픽 준비상황을 보고하라’는 최지성 실장 호출에 어리둥절했다. 그는 특검에서 “최 실장이 2015년 초 승마협회 회장직을 제안한 뒤 올림픽 준비를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박 사장은 7월 23일 오전 10시쯤 최 실장과 함께 이 부회장을 만나 “협회를 맡은 지 4개월밖에 안 돼 올림픽 준비계획은 아직 수립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이틀 전이었다. 특검은 이 자리가 이 부회장의 ‘점검’이었다고 본다.

석연찮은 대목은 더 있다. 당시 박 사장은 보고를 앞두고 독일 체류 중인 최씨 측근 박원오씨 연락처를 수배한다. 그는 2015년 6월 5일 박씨를 만난 이영국 상무로부터 ‘올림픽 플랜은 김 전무를 통해 계획을 짜서 알려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특검 조사에서 “그해 3월 박 사장을 만났을 때 ‘삼성이 올림픽 준비에 예산을 많이 투입할 예정이고, 박원오씨 돕는 법을 생각 중이란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삼성이 정유라의 2020년 도쿄올림픽출전을 준비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일들이다.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2016년 8월 이후가 아닌 2015년 7월, 그것도 박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승마협회의 올림픽 준비를 점검한 까닭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 대목에서 재판부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이재용 구하기’는 만만찮다.

이 복잡하고 치열한 싸움을 위해 변호인단과 특검은 칼을 벼르고 또 벼르는 중이다. 최순실씨는 4월 11일 오전 10시, 이재용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 각각 뇌물사건 2차 공판이 열린다. 검찰은 이르면 4월 12일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마무리 짓고 그를 기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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