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만한 마음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고 그는 말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격체를 키운다는, 이 비가역적이며 통제불능한 일을 반복하다보면 삶 앞에서 자만했던 순간들이 부끄러워진다. 나는 얼마나 하찮도록 좁은 그릇의 소유자였는가 절절히 깨닫는다. 오늘도 어김없다.

아이를 재우다보면 마지막은 늘 협박과 분노, 짜증으로 끝난다. 졸리지만 자고 싶지 않은 아이는 책 읽어달라, 목 마르다, 화장실 가고 싶다 등등 욕구를 계속 표출한다. 오늘은 좀더 참아봐야지, 좀더 맞춰야지 다짐했던 나의 시간들은 결국 온데간데 없이 흩어진다. 남은 것은 또 한 번의 옹졸한 자신뿐. 온갖 부정적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깊은 한숨뿐.

아무리 아이들은 금방 까먹는다지만 매번 비슷한 상황이 연이어지는데다 은우 기억력은 갈수록 좋아지니 이러다 어떤 영향을 줄지 불안한 마음도 크다. 하지만 아무리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고 또 치밀어 오른다. 꾹꾹 눌러봤자 다른 곳이 튀어나온다. 내 마음은 찰흙 아닌 풍선이요, 바다 아닌 쌀알이요. 깨달을 때마다 비참하고 슬프다. 미안, 근데 엄마는 너한테 다 못 맞추겠어라는 말이 매번 튀어나오는데 이게 맞나 싶은 거다.

결국 오늘도 나는 땅을 치며 자책한다. 이 못난 녀석. 넌 내일 또 화내겠지. 잘도 속 좁다. 이 쌀알만한 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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