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되기

20171124 오늘은 좀 울어야겠다

2017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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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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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쁜 지우.

둘째를 만난 뒤로 낯선 단어들과 살을 맞댈 일이 많아졌다. 절박유산, 조산, NICU(신생아중환자실), 갑상선기능저하증, 교정일, 그리고 사경(斜頸)과 측경(側頸)…

단순히 한쪽 방향이 좀더 편한 것이라 생각했다. 지나치게 오른쪽을 많이 쓴다고 의심하긴 했지만, 아직 목을 잘 가누지 못하기도 하고, 첫째도 완전히 목이 뻣뻣해지기 전까지는 고개를 완전히 꺾어 자기도 했으니까 큰 이상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데 교정 2개월 검진 뒤 주치의가 자꾸 한 쪽으로만 고개를 쓰는 게 걸린다며 재활의학과 진료를 의뢰했다. 사경이 의심된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활의학과 교수는 사경뿐 아니라 측경까지 의심된다며 검사를 권했다. 이미 아이 얼굴은 자주 고개를 기우는 오른쪽은 약간 편평해져있었다. 반대로 왼쪽은 눈두덩이 쪽이 불룩한 상태. 자극을 주면 정면이나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는 한다. 다만 정면이나 왼쪽을 보다가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잠잘 때도 결국엔 고개를 오른쪽으로 뉘인다. 습관의 문제라면 고칠 수 있지만, 몸의 문제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검색해보니 사경은 목 근육이 쪼그라들거나 짧아서 나타나거나 경추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단다. 그래서 방사선촬영과 초음파 검사 두 가지를 다 하는 거구나. 의사들은 왜 이런 걸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이번 의사가 그런 것일지도. 굳이 비교하자면 소아과쪽이 좀더 섬세하고 친절했다.

재활의학과 교수는 내게 “잘못 양육했네요”라는 말도 했다. 의학적 소견을 담아 무미건조하게 했을 얘기지만 내게는 비수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아이가 의사의 테스트에 맞춰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만을 기도하는 중이었다. 이미 죄인이 된 기분이었는데, 그 한 마디에 확정판결이 났다. 내 마음은 옴짝달싹도 못한 채 주저앉아버렸다. 정말이지 엉엉 울고 싶었다. 불운들은 겹치기 마련인지 이날따라 택시 기사도 운전은 성급하고, 한눈도 잘 파는 분을 만났다. 쓸데없이 한강을 넘었다가 되돌아오고, 집 근처에선 아찔한 순간을 만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상 못한 아이였다. 둘째라고 자신만만해있다 잃을 뻔한 아이였다. 결국에는 한 달이나 일찍 세상에 나왔고, 호흡문제로 전원(轉院)해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했고, 생후 20일을 넘기고서야 젖을 물릴 수 있었다. 한숨 돌린 줄 알았더니 갑상선 문제로 매달 피검사에 세 살 때까지는 아침마다 꾸역꾸역 약도 먹어야 한다. 그런 아이가 또 다른 문제로 병원을 들락날락 거릴 수 있다니… 한없이 자책만 나온다. 이 모든 상황들이 꿈이었으면. 손을 빨고, 사물을 보는 사소한 몸짓들이 이렇게 마음을 짓누를 줄은 몰랐다. 지난밤에는 새벽 수유 후에도 자꾸 불안한 생각들이 커져 눈이 감기질 않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자꾸 눈물이 난다.

“네 잘못이 아니야.”

소식을 전해들은 친구는 이역만리에서도 함께 울며 위로해줬다. 하염없이 통곡하고 싶은 마음을 꽁꽁 감춰뒀다 그렇게 터뜨렸다. 그래서 운다. 차라리 오늘은 울어야겠다. 검사 결과가 어떻든, 내 마음도, 아이 몸도 아프지 않고 이 힘든 시기를 잘 헤쳐나가야 하니까 오늘은 좀 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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