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되기

20170820 근황

2017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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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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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이쁜이들. 은혜 받은 만큼, 지혜 얻은 만큼 남을 돕는 사람이길…

출산 18일째다. 예정대로라면 한 달 뒤쯤 이 숫자를 헤아리고 있어야 할 텐데, 늘 그렇듯 인생은 예측을 빗나간다.

7월 26일 오후 4시를 넘겨 화장실에 다녀왔다. 갈색혈이 보였다. 간단히 짐을 챙겨 병원에 갔고 그 길로 입원을 했다. 의사는 자궁경부 길이가 너무 짧아졌고, 약간 열리기까지 해서 위험하다고 했다. 주수는 아직 34주, 아이 몸무게는 2.6kg로 더 시간이 필요했다. 자궁수축억제제를 맞고 최대한 누워서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병원 TV 채널은 지상파와 EBS뿐이라 더딘 하루가 더 느리게 느껴졌다.

다행히 약발이 들어 퇴원을 기대하던 8월 2일의 밤, 슬슬 배가 아파왔다.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1년 7개월 전, 처음 느꼈던 진통과 비슷했다. 통증과 통증 사이의 시간차는 점점 일정해졌고, 더는 약도 효과 없었다. 결국 의사는 분만하자고 했다. 3일 오후 5시 즈음 분만실에 내려갔을 때 자궁은 이미 4cm 열려 있었다. 경산이라 진행은 거침없었다. 오후 8시 4분, 우리는 둘째를 만났다. 35주 4일차에 나온 아이는 생각보다 컸다. 몸무게는 3kg, 열 달을 꽉 채운 신생아들과 비슷했고 팔다리도 길쭉했다. 요며칠 불길한 예감 탓에 ‘조산, 35주 출산’ 등을 수시로 검색하며 마음을 졸이던 나는 안심했다.

‘이렇게 크게 나왔고, 이렇게 울음소리도 우렁찬데 별 이상 없겠지?’ 그리고 2박 3일 뒤 아이를 안고 퇴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1년 전 그때처럼 분만 뒤 겨우 겨우 삼킨 미역국을 토해내면서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정쯤 병실 전화가 울렸다. 늦은 밤의 모든 전화는 불길하다. 이 전화도 다르지 않았다. 간호사는 내게 아이가 호흡 문제를 겪고 있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안내했다. 남편은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신생아실로 내려갔다. 이제 막 품에 안아 봤는데, 아직 젖도 물리지 못했는데… 병실에 덩그러니 남은 나는 어쩔 줄 몰라 침대에 주저앉아 있었다. 총 맞은 것처럼 가슴에 구멍이 하나 뻥 뚫린 기분이었다. 울고 싶었는데 울지 않았다. 마음에 불안을 품으면 더 괴로울 것 같았다. 아이가 씩씩하게 버티는데 혼자 어쩔 줄 몰라하는 엄마가 되기도 싫었다.

새벽 두시쯤 돌아온 그는 아이가 여느 아기들보다 호흡이 빨라 필요한 조치를 했고, 관련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해줬다. 큰 이상이 없더라도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고 했다. 이날부터 남편은 매일 오전 11시 반부터 낮 12시까지, 하루에 한 번 허락된 면회를 위해 집과 병원을 오고가야 했다. 8월 5일 퇴원수속을 마친 뒤에야 아이를 다시 볼 수 있던 나는 산후조리를 위해 친정으로 내려가야 했고, 아이의 퇴원이 결정될 즈음에야 그 작고 가냘픈 몸을 볼 수 있었다. 1년 전 이미 겪었고, 봤고, 품어봤는데도 신생아는 낯설었다. 여러 기계들과 연결된 끈을 몸에 붙인 아기도 낯설었다. 가슴은 점점 부풀어 오르는데, 당분간은 젖을 물릴 수 없는 상황 역시 낯설었다.

하지만 낯설음보다 아이의 안전이 중요했다. 의사는 경과가 매우 좋다며 기저귀 발진 말고는 별 이상 없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는 아이가 너무 순하다며 신생아중환자실을 떠날 때까지 아쉬워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긴 여행이 피곤했는지, 내리 잠만 자고 잘 먹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은 쓸데없었다. 간간이 분수토를 하거나 사례 들릴 때도 있지만 아이는 먹는 양이 제법 늘었고 잠도 잘 잔다. 배고플 때가 아니면 잘 울지 않는 편이라 모두들 ‘아기가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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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해야 하는 일이 버겁긴 하지만 나도 잘 지내고 있다. 골반과 무릎이, 매일 가슴 마사지를 하며 모유를 뽑아내야 하는 손가락이 골골거리긴 하다. 자나 깨나 내 몸 걱정하는 엄마의 지휘 아래 차가운 물 한 잔, 달달하고 시원한 아이스 바닐라라떼 한 잔 구경할 수 없는 점이 나를 괴롭힌다. 그래도 아직 견딜만 하다. 밤바람이 서늘한 걸 보면, 곧 따뜻한 라떼가 더 잘 어울리는 계절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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