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나는 책

포기가 빠른 편이었다. 그 선택을 후회하더라도 미련을 남기진 말자 했다. 여행은 그런 내가 쉽게 포기하고, 미련도 잘 남기지 않던 선택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유효한 착각이었다.

아이가 있는 삶의 가장 큰 아쉬움은 ‘혼자’라는 상태값이 절대적으로 작아진다는 점이다. 그만큼 여행이란 선택지는 쉬이 고를 수 없다. ‘내가 안 간 거라고’라며 콧방귀 뀌던 날들을 이토록 그리워할 줄 몰랐다. 누군가 낯선 곳에서 보낸 낮과 밤 이야기를 들으면 ‘애가 없으니 좋겠네’란 치졸한 질투심을 부릴 줄도 몰랐다.

이 모든 감정을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으며 생생하게, 또 느껴버렸다. 나는 고기의 신을 만나러 이태리로, 겨울의 일함을 향한 일방적이고 모호한 짝사랑을 확인하러 여수로, 무용한 시간을 찾아 디종으로 떠날 수 없다. “What’s your favorite?”이란 질문에 골똘히 눈을 반짝이는 얼굴을 바라볼 수 없다.

이 모든 상황을 생생하게 눈으로 그리며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여행이 나를 또 다른 나에게로 데려가는” 날을 꿈꿀 수밖에 없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럴 수밖에 없다. 언젠가 나의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 낼 “여행의 무늬”를 궁금해하며 말이다. 질투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special thanks to @lin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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