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바닥을 보며 꾸준히 걷다보면

2016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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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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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를 때 산꼭대기를 보면 못 오르지만 바닥을 보며 꾸준히 걷다보면 올라갈 수 있잖아요. 나는 리스트를 적고 하나씩 지워가며 일을 해요. 아주 디테일한 것부터 지워요. 관련 기사 모으기, 사례 모으기 등 세세하게 말이죠. 날짜가 많으면 미루게 되는데 하루하루 할 일을 적어요. 그래서 하루하루 할 것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해요. 근데 일은 너무 욕심내서 잡지 마요. 그러면 그게 또 일이 되니까.

그렇게 일상적인 기사를 쓰며 준비하고 공부하며 쓴 글 가운데 정 기자는 “나 자신에 대한 칭찬 같은 기사가 있다”며 하나를 예로 들었다. <한겨레21> 제952호에 실린 ‘살인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기사다. 2007년 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허위 자백 사건에 관한 기사인데, 허위 자백의 허점에 대해 총 6부작으로 다룬 기획의 첫 표지이야기였다.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2007년이고 사건에 대해 들은 것은 2009년이지만, 기사로 보도된 해는 2013년이었다. 정은주 기자는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4년을 참고 기다렸다고 했다. “당시 재판 중이었고 이를 보도하면 취재원이 다치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았어요.” 당시엔 비보도 조건으로 재판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정 기자는 ‘특종’을 쓰며 한 번으로 소비하는 대신, 사건을 마음에 품었다고 했다.

이후 그 재판 관계자는 허위 자백에 대한 논문을 썼고 이와 관련된 다른 이들의 논문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 기자는 기다린 끝에 논문을 작성한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시작했다. “방법은 생겨요. 모든 사람이 안 다치게 쓸 수 있어요.”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15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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