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촌스러운 사람

오전 6시반, 평소처럼 뉴스앱 알람이 울리며 날씨를 알려준다.

“전국 흐리고 눈 또는 비…중부·경북 대설특보 발효”

밖은 이미 눈 세상, 나는 전날 입은 코트를 가지런히 걸어두고 두툼한 패딩을 택해 현관을 나섰다. 두 발을 고이 부츠 안쪽에 들이밀었을 때 깨달았다. 지갑이 없다. 신을 벗고 방으로 뛰어들어가기엔 촉박하다. 결국 그냥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예상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불편함도 없었다.

나는 커피와 베이글을 사먹고, 지하철 요금을 내고, 동료들와 수다를 떨며 생크림모카를 마셨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기 전, 집으로 돌아갈 기차표도 넉넉하게 예매했고 약간의 여백을 메워줄 음료수 한 캔도 구매했다. 남편과 맥주를 마시며 곁들일 떡볶이와 순대는 지금 내 손목에 걸린 비닐봉지 안에서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다. 이 모든 소비는 단 하나, 휴대폰으로 이뤄졌다.

현금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은 건 제법 오래된 일인데, 삼성페이를 쓴 이후로는 지갑마저 굳이 필요하지 않아졌다. 간혹 천 원, 만 원 지폐를 사용할 때는 있어도 동전은 존재만으로 거추장스럽다. 아이들에게 쥐어주는 편이 훨씬 쓸모 있다.

이렇게 편리함을 누리며 살다가도 가끔 패스트푸드점 무인주문기 앞에서 서성이는 누군가를 보면 ‘지금, 괜찮은 걸까’라며 마음에 물음표가 그려진다. 노인들이 코레일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기차좌석을 잘 구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읽은 뒤론, 예매한 자리에 앉아있는 어르신에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여기 제 자리인데요”라고 말하는 일이 약간 머쓱해졌다.

인터넷 쇼핑에 길들여졌고, 대형마트위주로 쇼핑하면서도 행인보다 상인이 많은 시장이 이따금 정겨운 걸 보면, 달라지는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뒤에 남겨지는 사람들은 어떡해’라는 말을 떠올리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영락없이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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