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는 날

몇 달 전, 가족이 다함께 찜질방에 갔다. 자수정방, 얼음방, 휴게실 등등을 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도 한때, 걱정하고 두려워하던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을 씻겨야 하는 순간말이다. 둘다 데리고 붐비고 미끄러운 대중목욕탕에 간 건 처음이라 제법 긴장했다. 다행히 엄마의 스피디한 도움 덕에 무사히 마쳤다.

그는 얼음방에서 나올 줄 모르고… 20190206

그때도 문득 ‘예전에 엄마는 도대체 우리 둘(나와 내 동생)을 어떻게 혼자 목욕탕에 데리고 다녔지’ 싶었는데, 오늘 집에서 아이들을 씻기며 또 같은 생각을 했다. 목욕탕에 관한 첫 기억은 없고, 드문드문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들은 분홍색 세신용 침대에 차례대로 엎드렸던 우리들, 빠알간 볼로 계란을 까먹거나 꼬마김밥을 우적대던 우리들, 그리고 물에 젖은 머리카락과 불은 손가락으로 탕 문을 열고 나오던 젊은 엄마…

아이를 키우며, 아이일 적 보지 못했던 엄마의 얼굴과 몸짓들이 비로소 보인다. 결국 오늘 또 이렇게 아쉬워하며 하루를 보낸다. 왜 세월은 늘 기다려주지 않을까. 아마 내일도, 더 많은 날들 뒤에도 나는 똑같은 생각을 하며 가슴을 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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