휩쓸리기보다는

“우리는 여느 언론과 다르다”

2015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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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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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방송> 12월호에 실린 글. 아직 블로그에는 올라오지 않아서 PDF 파일로만 확인 가능하다;

어찌보면 꿈같은 얘기지만… 기사로 밥벌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늘 꿈꾸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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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

샌디에이고의 목소리(The Voice of San Diego, 이하 VOSD)를 발견했다. 2005년 2월 창간된 이 매체는 미국 최초의 비영리 디지털 뉴스 기업이다. 개인 또는 재단의 후원만 받아 운영되는데, 창간 10년이 지난 다음에도 ‘디지털 시대에 지속가능한 탐사보도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당연하게도 여러 탐사보도 관련 언론상을 수상하고 있다. 한국의 ‘뉴스타파’도 이와 비슷한 모델의 언론이다.

이들이 홈페이지에 밝힌 ‘우리의 임무’는 다음과 같다. “샌디에이고 지역을 위해 경천동지할(groundbreaking)탐사보도 저널리즘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 지역민들에게 시민 참여를 위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 지역민들이 좋은 정부 및 사회 진보를 위한 대변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심층 분석을 제공하는 것.”

이들이 독자에게 자랑스레 내세우는 ‘우리의 정신(The Spirit Behind The Voice)’이라는 것도 있는데, 한국 언론사마다 채택하고 있는 ‘윤리강령’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 제목이 흥미롭다. ‘우리의 정신-정직하고(Honest), 불경스러우며(Irreverent), 매력 있는(Engaging)’. 해석하자면, 진실에 정직하고, 권력에 불경하며, 독자에게 매력 있는 언론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그 아래에 자신들의 지향을 적었다. 다소 발췌하고 의역하여 옮긴다.

우리는 여느 언론과 다르다. 우리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더 깊이 파고든다. 혼란스런 뉴스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사로 바꾸기 위해 시간을 바친다. 우리는 모든 기사를 보도하진 않는다. 우리는 자동차 추격이나 화재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 우리의 임무는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을 보도하는 데 있다. 또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보도한 것을 보도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복잡한 사안을 하루만에 보도할 수는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지속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심층적인 탐사보도에 매진한다. 내러티브는 우리 기사의 전형이다. 우리의 기자들은 정치, 교육, 경제, 예술 등 담당을 갖고 있지만, 그 담당에 묶여 있진 않다. 기자들은 그들이 주도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내러티브를 담당한다.

이를 더 상세하게, 특히 기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만들어둔 보도준칙(reporter guideline)이 있다. 짧은 영어 실력 탓에 전체적으로 의역했고, 번역이 힘들어 두어 대목은 생략했으나, 그래도 오역이 많을 것이다. 원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으니, 오역 등을 알려주시면 바로잡겠다. 군데군데 개인의 잡생각을 주석으로 넣었다. 여하튼 내가 꿈꾸었던 보도준칙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 좋은 기사를 도모하는 한국의 모든 기자들에게 이제 건넨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이런 준칙 아래 취재보도할 날이 있긴 있을 것이다.

■ VOSD의 보도준칙

VOSD는 대부분의 전통적 뉴스룸과 다른 방식으로 취재와 보도에 접근한다. 우리는 객관성 등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는데, 이것은 언론이 직면한 주요 이슈다. 아래는 우리가 기자들에게 건네는 원칙과 생각(the guiding principles and ideas)이다. 당신(기자)이 가진 모든 질문에 이 내용이 도움되길 바란다. 

누구보다 더 잘 할 수 있거나, 다른 누구도 하지 않은 일을 할 때만 우리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기사에 가치를 더해야 한다. 우리는 특별해야(unique) 한다. 

기사 쓸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맥락(context), 권위(authority), 그리고 발생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Not just what is happening, but what it means). 

객관성 따위는 없다. 그러나 공정성은 중요하다(There is such thing as fairness). 그러나 모든 사람은 모든 것을 그들 자신만의 여과장치를 통해 본다. 그것을 명심하면서 당신을 자유롭게 하라. 그것이 당신을 조절하게(regulate) 하라. 우리는 정치적 정체성, 이데올로기 또는 도그마에 이끌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취재할 것인지,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모든 결정은 우리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통과해 이뤄진다. 우리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능력과 우리의 공동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평가하는 능력에 의해 지도받으며(guided), 진실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다.

혁신하라. 모든 것은 항상 나아질 수 있다. 우리는 도그마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샌디에이고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더 나은 기반시설, 더 건강한 환경, 더 나은 교육 체제, 책임 있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정부, 이웃의 어려움에 대한 더 나은 이해, 번창하는 경제와 끊임없이 증진하는 삶의 질을 가질 수 있다. 만일 (우리에게) 편견이란 게 있다면, 이런 믿음들이다.

전문가(expert)가 되어라. 열심히 취재하고 보도하면 권위 있는 기사를 쓸 권리를 얻는다.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고 쓰지 말라. “긍정적 측면도 있고 부정적 측면도 있다”는 헤드라인을 쓰는 날, 우리의 죽음이 시작된다. 50 대 50의 균형 같은 것은 없다. 진실은 존재하고, 우리는 그 진실에 가닿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때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관점은 50 대 50으로 다룰 만한 가치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일에 두 가지 측면이란 없다. 누가 대표되지 않고 있는가? 만일 그들이 발언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그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저 질문만 하지 않는다. 우리는 기사를 통해 질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에 대답한다. 우리는 질문으로 헤드라인을 쓰지 않는다. 그 헤드라인이 염병하게 좋아서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경우를 빼고는. 예컨대 우리는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 : “시 공무원이 뇌물을 받았는가?” 대신 이렇게 할 수는 있다: “시 공무원은 어떻게 수백만 달러의 기부를 받게 됐는가?” 우리는 누군가의 염병할 속기사(someone’s goddamn transcription service)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언론에 기댈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유권자들과 직접 손쉽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a)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분석하고 b) 그들이 말하기를 원치 않는 것들을 알아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실을 말하라. 편견에 입각한 위협에 맞서라. 그들에게 당신이 왜 그렇게 했는지 말하라. 그들이 당신에게 도전하도록 하라. 만일 누군가 당신을 편파적이라고 한다면, 겁먹지 마라.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마라. 그것에 대해 검토해보고 확신을 갖고 대답하라. 이미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 그리고 당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누군가로부터 인용하려고 돌아다니지 마라. 기사의 마지막 인용문에 당신의 의견을 숨기지 마라.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고 있다면 직접 당당히 나서라.

당신의 담당(beat)을 다른 언론의 어느 기자보다 더 아껴라. 그것이 샌디에이고를 살기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당신의 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에 집중하라. ‘더와이어’의 창업자 데이비드 시몬은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작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대 문제의 작은 부분을 취하는 데 능숙하다. 그러나 언론은 중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기자로서 고액 연봉자들을 비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공무원의) 출장명세서에 적힌 값비싼 식사 비용을 비판하는 것도 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더 큰 문제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다음 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기사를 접어라.

– 나는 왜 이 기사를 선택했나?
– 사람들이 이 기사를 왜 신경쓸 것인가?
– 사람들이 이 기사를 왜 기억할 것인가?

쓰레기 기사의 양산을 피하라(Avoid ‘churnalism.’) 당신의 담당에서 모든 것을 취재하는 게 당신의 일은 아니다. (담당에서) 최고의 것을 구하는 게 당신의 일이다. 낙종을 두려워 말라.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을 두려워하라. 우리는 제한된 자원을 가진 작은 집단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독자들에 대한 응답이어야 한다.스포츠 저널리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만, 그 가운데 기억해둘 만한 말이 있다. “아무도 누가 1등 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1등을 했는지에 대한 뉴스는 가치가 있다. 특히 오늘날의 정보 홍수 시대에 그런 뉴스는 더욱 가치가 있다. 독자들은 그런 기사에 매혹당하면서 그 기사를 나누고 기억할 것이다.”

상투적 기사를 최대한 피하라.

‘기자들이 써야 될 것 같은 기사’는 절대로 쓰지 마라. 친구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전자우편에 적을 만한 기사를 써라. 가볍게 해라. 창조성을 발휘해라. 즐겨라. 대화하듯이 써라. 

독자를 사건(event)이 아니라 의미(implications)로 이끌어라.

지루하게 쓰지 말라. 사람들은 지루한 것에 그들의 자유시간을 쓰지 않는다.

독자에게 ‘어떤 비평가들’이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지 말라.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들 ‘비평가’와 ‘누군가’는 지구상에서 언론에 가장 자주 인용되는 사람들이다. 독자는 (기사에 등장하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다.

즐겨라! 창조적으로 일하라! 한계까지 밀어붙여라!(Have fun! Be creative! Push the envelope!) 당신이 이 일을 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 재미있게 하자. 그전엔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자. 적어도 누군가 다른 곳에서 했으나 아직 여기선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자. 그냥 해야 하기 때문에 기사를 쓰지는 말자. 독자나 정책 결정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하자. 독자가 무엇을 읽기 원하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오늘날의 위대한 언론 혁신의 학생이 되자. 오늘날의 위대한 언론 혁신의 리더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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