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오늘

ⓒ Jess Bailey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때가 많다. 2010년 초반대 글이 주로 그렇다. 그때는 정말 sns를 놀이처럼 하던 때라 짧은 단상을 남기거나 투박하고 거친 마음을 그대로 적곤 했다. 그래서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때론 그 시절의 투박하고 솔직함을 곱씹어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자소서 좀 그만 쓰고 싶다’던 과거와 만났다. 그러고보니 참 많이도 썼다. 언젠가 그가 그랬다. “처음에 니 자소서 봐줄 때는 ‘얘가 어떻게 기자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젠 잘 쓰더라?” 그정도로 허풍치는 기술이 늘었다. 하지만 기회는 내 바람만큼 찾아오지 않아서 막막했다. 그때는 그랬다.

2011년 말인가, 2012년 초였던가. 아무튼 겨울이었다. 아 판공성사를 보러갔던가? 아마 비전동 성당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성당을 찾은 나는 신에게 푸념했다. ‘제가 뭐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일, 잘할 것 같은 일 좀 하게 해달라는데 왜 안되나요.’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하고 싶던, 잘할 것 같던 일을 운좋게 계속 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쌓여갈수록 사실 의문만 커져간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매일 헤매고 또 진탕에서 질척이는, 그래서 때로는 패배하는 시간들만 쌓여가는 기분인데, 그때의 나는 정말 큰 착각을 했던 것 아닐까. 아마 이 일을 하는 내내 이 질문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래도 이왕이면 좀더 답에 가까워지는 기분으로 일하고 싶은데, 기자로 사는 날들이 쉽지 않다. 모두가 진실을 찾아달라는데, 정작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너무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이 현실을 ‘자 그래, 알아서들 각자 저장탑 안에서 잘 사세요’라며 눈감아버린다면 이 일을 왜 할까도 싶은데…

한편으론 내가 지나치게 거대담론 혹은 그나마 속편한 거대사건 취재에만 매몰되고 있진 않나 싶고… 내 눈에 자꾸 밟히는 건 오늘 아침도 역 앞에서 모시송편을 팔던 아주머니, 어제도 그냥 지나쳐버린 빅이슈 판매원 그런 사람들인데 나는 그들의 삶에 깃털 하나만한 영향도 없는 이야기들만 다루고 있는 건 아닐런지… ‘자소서 좀 그만 쓰고 싶다’고 끄적일 땐 상상조차 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과연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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