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17 나의 세계

‘육아가 내 세계의 전부는 아니다’란 혼잣말을 반복한 지 며칠만에 아이가 입원했다. 5~6시간 간격으로 고열이 끓고, 해열제를 먹이면 가라앉는 일을 단순한 열감기로 넘길 순 없었다. 팔다리가 붙잡혀 자지러지는 아이 몸에 깊숙이 주삿바늘을 꽂아 채혈을 하고, 채뇨봉지를 달아 수시로 들여다보길 반복하던 입원 첫날, 아이는 간호사들이 근처에만 와도 자지러댔다. 제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배고프고 졸릴 때 우는 것이 전부였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겨우 7개월짜리 생이라 병원의 일상은 입원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왼쪽 발등에 계속 수액을 맞고 있다는 점과 오전 7시, 낮 12시, 오후 5시마다 밥이 꼬박꼬박 나온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뿐. 병원밥은 늘 그렇듯 심심하다. 고춧가루의 그림자조차 찾기 힘든 식판으로 여섯끼를 연달아 씹고 삼키다가 안되겠다 싶어 친정엄마에게 김치 한 통을 부탁했다. 엄마는 늘 그렇듯 김치 한 가지만 보내지 않았고, 잔멸치볶음과 데친 브로콜리가 딸려왔다.

둘째는 마냥 예쁘다는데, 우리집은 그 존재를 확인한 날부터 지금까지 유독 바람 잘 날이 없어 마냥 짠하기만 하다. 차 안에서 콩순이 보여준다는 말에 혹해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병원을 떠나는, 네 번째 이산가족 생활에도 거침없이 적응해버리는 첫째를 봐도 애틋하긴 마찬가지다. 물색없이 “집에서 쉬니까 좋아?” “잘 쉬고 있어?”라는 말들에 발끈할 틈도 없이 날들이 흘러간다. 발버둥쳐보지만, 인정하면서도 자꾸 버텨보려하지만 어쩔 수 없다. 육아는 내 세계이니까. 좀더 이 세계를 건강하게 살아가보고 싶은데… 애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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