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시대의 육아

ⓒ Edi Libedinsky

“오늘은 간식 먹어도 돼요?”

적당히 들떠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동네 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웬 일? 마트 문이 닫혀 있다. 다음날(24일) 오후에야 문을 연단다. 여느 동네 마트처럼 쉬는 날이 없던 곳이었는데,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나 했다.

몇 시간 뒤 가족 단톡방이 바빠졌다. 확진자가, 그것도 동네에서 나왔다. 마트는 그의 이동경로 중 하나였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듯 마트가 문을 닫은 까닭이 있었다. 주말의 답답함을 ‘키카’에서 적당히 때우려던 마음을 깨끗이 접었다.

아이들은 참새처럼 재잘대고 발바리처럼 분주하다. 종일 집 안에 갇혀있다시피한 상황을 신경쓰지는 않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오른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아우성친다. “엄마 같이 하자”, “엄마는 맨날 맨날 안 놀아주고”, “엄마 이리 와보세요”란 말들이 무한돌림노래로 반복됐다.

그 사이 또 “까똑까똑” 휴대폰이 울렸다. 어린이집이다. 다시 휴원령이 떨어졌다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그래도 딱 한 달 전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지역이 먼 곳이라 ‘뭔 일 있겠어’라며 휴원령에 코웃음 쳤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질병이 내 발등에 떨어졌다. 더듬거리며 마스크를 찾아 썼다. 아이들을 어찌해야 하나 막막했다.

ⓒ Caroline Hernandez

이튿날 아이들은 평소처럼 등원했다. 한 달 전처럼,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부야 휴원령으로 제 할 일 다한 것 같지만, 일하는 부모들에겐 달갑지 않은 상황일 뿐이다. 예방은 과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나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어쩔 수 없었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도 놀이터나 키즈카페 같은 대체재를 활용하기도 어려운 날들 아닌가. 그렇다고 1~2주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오롯이 무급으로 쓸 수도 없고. 이 와중에 갑작스레 둘째가 축 쳐졌다. 밤새 잠을 설치며 자꾸 칭얼댔다. 아,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아이의 찡찡댐은 다행히 원인이 명확했다. 코로나19가 아니라 놀다가 다친 상처 때문이었다. 100%는 아니지만 컨디션도 웬만큼 돌아왔다.

첫째는 이 모든 걸 떠나 친구들이 연기처럼 사라진 상황이 아쉽기만 한 모양이다. 미리 정해졌던 어린이집 졸업식마저 무산된 터라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한 채 헤어지게 생겼다. 동시에 유치원 입학이 미뤄져 어찌하나 걱정이 추가됐는데, 긴급보육이 가능하다는 공지를 받았다.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전염병의 시대에 우리는 이렇게 산다. 돌봄공백을 메울 길이 없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고, 나는 매일 서울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 밖으로 밀려난다. 평소와 다를 것 없지만 평소보다 불안한 일상은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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