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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노동자의 일

2017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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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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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임신 동안 두 번의 조산 위기를 겪었다. 결국 두 번째 위기는 무사히 넘기지 못하고 이른둥이 엄마가 됐다. 아이는 건강하지만 충분한 기간 동안 안전하게 품어주지 못한 미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원인은 내 욕심이었으니까.

한편으론 왜 임신노동자의 일 욕심은 인정받을 수 없을까 싶었다. 안다. 임신노동자는 무리하면 안 된다. 현행 법과 제도 역시 임신노동자의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금지하고 출산휴가 등을 강제했다. 맞다. 강제해야 할 정도로 모체와 태아의 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존중받아야 할 것은 몸만이 아니다. 나는 일하는 나 또한 보호받고 존중받고 싶었다.

물론 임신기간 몸의 능력치는 평소의 절반을 겨우 채울 때가 많았다. 법이 정한 최소한의 보호조차 못 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만큼 배부른 투정이기도 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일터에서 임신노동자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으니까. 그런데 ‘골칫덩어리’ 취급 뒤에는 임신노동자를 당면한 과제로만 여기는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란 생각은 찾기 힘들다. 그냥 피하고 싶고, 치워버리고 싶은 문제라는 것.

모성보호니 일과 가정 양립이니 하는 좋은 말들이 현실에 뿌리 내리려면 가야할 길이 아득하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를 성관념을 토대로만 고민하다보면 비슷비슷한 해법들만 얼렁뚱땅 반복될 듯하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는 남성배우자도 동참해야 한다’는. 맞는 말이고 필요한 해법이지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다.

엄마보다, 여성보다 일하는 사람. 임신노동자도 그런 이로 존중받길 바란다. 함께 일하는 법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보호와 배려라는 미명으로 치워버리려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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