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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3 1과 32

2017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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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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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지우는 앞으로 교정 2개월, 4개월, 8개월, 12개월, 18개월마다 검진을 받아야 해요. 이유식 등도 모두 교정일 기준입니다. 예방접종만 태어난 날짜에 맞춰 하고요.”

의사의 설명이 끝나고서야 실감했다. 내가 ‘이른둥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출산 전날 태동검사 중에. 이날 밤부터 자궁수축정도가 심상치않았고 결국 지우가 세상에 나왔다.

한 달 가량 세상에 일찍 나왔고 출생 몇 시간 만에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럼에도 지우는 적지 않은 몸무게로 태어났고, 별 다른 이상 없이 기본 검사만 마친 뒤 신생아 중환자실을 나왔다. 병원생활로 태어난 지 20여일 만에 처음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느라 내가 땀을 뻘뻘 흘린 것말고는 별 다른 일 없었다. 1년 8개월 전 은우 모습과 큰 차이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교정일’이라는 단어는 달랐다. 생경하면도 서늘했고, 무거웠다. 그 말의 무게는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했다. 아이가 한 달씩이나 세상에 빨리 나온 것은 제대로 품어주지 못한 엄마의 책임이 크니까.

자만했다. 둘째니까, 해봤으니까, 적당한 선을 쉽게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쉽진 않았다. 결국 사달이 날 뻔 했다. 지난 2월, 출근길 만원철에서 아랫도리에 싸한 기운을 느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하혈이었다. 의사는 ‘절박유산’이라 진단했고 나는 일주일가량 병원신세를 졌다. 그럼에도 조심하지 못했다.

욕심이 컸다. ‘경력단절’ ‘워킹맘’이란 단어들이 내 것이었고, 조바심이 났다. 조금이라도 성과를 남기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 않길 바랐다. 일, 육아와 뱃속 아이 모두 내 선택, 내 책임이라 더욱 그랬다. 이 모든 일들이 ‘선례’로 남을 것을 알아 더 그랬다.

결과는… 아이는 천만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면 고개를 들기 어렵다. 내 욕심, 내 선택, 내 책임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교정일’이라는 세 단어는 내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서늘하고, 무거웠고, 아팠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를 가진 직장여성은 함께 일하는 존재일 수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의 답은 여전히 찾지 못한 채 그 세 글자만 남았다. 가슴에 박혔다.

조금씩 살이 붙어가는 아이의 몸. 오늘은 어쩐지 짠하다.

그럼에도 감사하다. 너무 야위어 부러질 것만 같던 아이의 두 종아리에 매끄러운 곡선이 생기고, 마름모꼴이던 턱 밑에는 말랑말랑한 살이 붙었다. 깊이를 알기 어려운 까만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악몽같던 급성장기의 밤도 일단 지나갔다. 아이는 그렇게 크고, 나도 그렇게 두 번째 엄마연습을 이어간다. 오늘은 교정 1일, 우리가 만난 지 32일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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